PC의 기본은 CPU입니다만, 그 CPU를 포함해 모든 부품을 포용하는 것은 다름아닌 메인보드입니다. 이 메인보드에서도 칩셋(Chipset)의 역할은 매우 큽니다. 칩셋의 종류에 따라서 메모리 확장성, 저장장치 성능과 확장성, USB 등 입출력장치 연결 수준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마니아용 칩셋이라면 그래픽카드나 고성능 컨트롤러를 두 세개씩 꽂아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나 CPU의 오버클러킹을 도와주는 기술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CPU를 고른 다음 골라야 하는 부품은 그래픽카드나 저장장치가 아닌 메인보드, 특히 메인보드 칩셋이 됩니다.
인텔은 3세대 코어(일명 아이비브릿지) 프로세서 발표와 함께 이 CPU에 맞는 인텔 7 시리즈 칩셋을 내놓았습니다. 종전 6 시리즈 칩셋을 대체하여 기능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칩셋은 어떠한 특성이 있을까요? 대기업 PC용으로 쓰이는 Q75/77 칩셋을 제외한 가정 및 사무용으로 쓸 수 있는 네 가지 칩셋의 특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인텔 B75
인텔 B75 칩셋은 보통 PC 사용자에게 낯선 이름이기도 합니다. 'B'라는 이름이 붙은 칩셋이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 칩셋의 'B'는
'Business'를 의미합니다. 즉, 사무용 PC에 적합한 칩셋임을 의미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사무용 PC에만 쓰라는 법은 없습니다. 이 칩셋의 '사무용'이라는 의미는 칩셋 기능이 특정한 사무용으로만 쓸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 '사무용으로 적합한 관리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는 것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인텔 SBA(Small Business Advantage)로 불리는 이 소프트웨어는 B75 칩셋 메인보드에만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인텔 SBA는 사무실 환경에 맞춰 PC의 전원 관리를 해주고 바이러스 검사나 운영체제 업그레이드같은 유지보수 작업을 정기적으로 해주는 툴, 바이러스가 들어올 때 바로 알려주고 기본적인 사내 보안 차원에서 USB 메모리같은 외부 저장 장치를 막는 기능, 그리고 백업/복구 툴로 이뤄져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이기는 하나 일부 기능은 보안 유지나 바이러스로부터 PC를 지키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줍니다.
인텔 7 시리즈 칩셋에는 H61급의 칩셋은 없고, 굳이 말하면 B75가 그러한 역할을 합니다. H61 칩셋 메인보드도 여전히 팔리지만, 새로운 기능을 쓸 수 있는 가장 하위 모델이 B75 칩셋이 되는 만큼 H61이 장기적으로 B75로 바뀐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B75 칩셋이 요즘들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사용자 입장에서 딱히 기능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슬롯이 네 개인 메인보드를 고른다면 B75 칩셋을 쓰더라도 H77이나 Z77처럼 상위 모델 칩셋과 전혀 차이가 없는 메모리 확장성을 갖습니다. 또한 그래픽카드 성능이나 CPU에 들어간 영상 출력 단자 등 다른 부분 역시 상위 칩셋과 같은 성능을 냅니다.
상위 칩셋과 다른 점은 두 가지뿐인데, 먼저 시리얼 ATA III 포트가 하나만 들어갑니다. 나머지 모델들은 시리얼 ATA III 포트 두 개를 갖게 됩니다. 시리얼 ATA II 포트는 메인보드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적은 경우 네 개, 많은 경우 다섯개의 포트를 가집니다. 또한 USB 2.0 포트가 다른 칩셋보다 두 개 적은 8개이기에 USB 2.0 규격 장치를 매우 많이 연결하는 사용자라면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USB 3.0 포트는 다른 칩셋과 같은 4개이기에 USB 2.0과 3.0 포트를 합하면 총 12 포트를 갖게 되어 실제 USB 확장성은 그리 떨어지지 않습니다. 시리얼 ATA III 포트 역시 H61 칩셋처럼 아예 빠지는 것이 아닌 하나로 줄어드는 것이기에 SSD처럼 시리얼 ATA III 규격을 최대한 쓰는 저장장치도 하나라면 문제 없이 달 수 있습니다.
■ 인텔 H77
샌디브릿지 시대의 중급 가정용/사무용 칩셋인 인텔 H67은 아이비브릿지 시대에는 H77로 진화합니다. 가정용을 뜻하는 H라는 표현이 뜻하는 바와 같이 이 칩셋은 중급 가정용 PC나 사무용 PC에 잘 맞습니다. H 시리즈라고 하여 사무용으로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며, 더 넉넉한 저장장치 확장성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라면 H77 칩셋 메인보드도 매우 좋은 선택입니다.
인텔 7 시리즈 칩셋의 가장 큰 차이가 6 시리즈 칩셋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USB 3.0 컨트롤러를 넣은 것이기에 H77 역시 H67과 눈에 띄게 다른 점은 그러한 USB 3.0 컨트롤러 추가입니다. B75에 비해 한 포트 많은 네 개의 시리얼 ATA II 포트와 III 규격 포트 두 개를 갖고 있어 저장장치를 충분히 늘릴 수 있으며, 저장장치 확장성이 좋아 영화나 사진을 많이 저장하는 사용자도 큰 불편이 없습니다. USB 3.0 포트 네 개를 더하면서 USB 2.0 포트는 종전 12개에서 10개로 줄었지만 B75보다는 조금 더 여유가 있습니다. B75 칩셋보다는 조금 더 USB 2.0 포트가 많아 저장장치나 USB 메모리 연결, 메모리 리더 확장용으로는 충분합니다.
물론 전문가나 마니아 대상의 칩셋은 아니기에 PCI 익스프레스 16배속 슬롯 하나를 8배속 두 개로 바꿔 쓰거나 SSD를 하드디스크의 캐시 메모리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가정용 및 사무용 PC에 맞는 칩셋이 H77이기에 오버클러킹같은 마니아 수준의 작업을 하지 않는 가정용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PC용으로 이 칩셋은 좋은 비용 대비 성능비를 갖습니다.
■ 인텔 Z75
인텔 Z75은 B75만은 낯선 이름을 가진 칩셋이지만, ‘지갑의 부담을 생각하는 준 마니아급 개인 사용자’용 칩셋이라고 부르는 것이 딱 맞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뒤에서 살펴볼 Z77 칩셋이 워크스테이션용 칩셋인 X79를 뺀 인텔 7 시리즈 칩셋의 기함이라면 Z75는 일종의 돌격대장(?) 역할을 합니다.
시리얼 ATA 포트 구성과 USB 2.0 및 3.0 포트 수는 H77 칩셋과 같지만, 개인 마니아용 칩셋이라는 설명답게 전문가의 입맛에 맞는 기능을 충분히 더했습니다. 메인보드에 따라서 PCI 익스프레스 16배속 슬롯 두 개를 8배속 두 개로 쪼갤 수 있는데, 고성능 그래픽카드 두 개를 꽂아 3D 성능을 높이거나 GPGPU 등 연산용으로 워크스테이션급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인텔 ‘K’ 시리즈 CPU의 장점인 배수 조정 오버클러킹을 충분히 높게,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기술이 들어 있어 CPU를 오버클러킹하고자 하는 사용자라면 K 시리즈 CPU와 함께 최소한 Z75 칩셋 메인보드를 써야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오버클러킹을 무조건 약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B75나 H77 칩셋은 원칙적으로 오버클러킹에 맞춰 만든 칩셋이 아니기에 Z75가 오버클러킹의 기본이 됩니다.
물론 인텔 SRT라는 기술을 빼면 Z77 칩셋과 그리 차이가 없는 나머지 이 칩셋이 메인보드 제조사와 사용자들에게 외면을 당하는 면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Z77 칩셋 메인보드도 가격을 그리 비싸지 않게 만드는 제조사들 때문(?)인데, 낯선 부분은 B75 칩셋과 같지만 B75 칩셋이 경제성과 부족하지 않은 성능을 내세워 자리를 잡은 반면 Z77 칩셋은 오히려 상위 칩셋의 배신(?)으로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 인텔 Z77
인텔 7 시리즈 칩셋의 기함격인 Z77은 비즈니스용 칩셋이 아닌 철저히 개인 마니아 또는 전문 툴을 쓰기 위한 세미 워크스테이션을 만들고자 하는 사용자에게 맞춰 성능을 극대화했습니다.
Z77이 Z75보다는 상위 칩셋은 분명하기에 Z77은 Z75 칩셋을 설명할 때 적은 모든 장점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텔 SRT(Smart Response Technology)를 더하면 Z77 칩셋이 됩니다. 인텔 SRT는 흔히 ‘SSD 캐싱’이라고 부르는데, SSD를 하드디스크의 캐시 메모리처럼 활용해 성능을 높이는 기술을 말합니다. SSD를 캐시 메모리처럼 쓰는 기술은 이미 오래전에 개념이 나왔는데, 시게이트의 모멘터스 XT같은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는 그 속를 뜯어보면 4GB 또는 8GB SSD를 하드디스크의 캐시 메모리처럼 써 반응 속도를 높입니다. 인텔 SRT는 그것을 따로 다는 SSD와 몇 개의 하드디스크를 묶어 구현한 것입니다.
액세스 타임이 없고 읽기/기록 속도가 빠른 SSD를 하드디스크의 캐시 메모리로 쓰면 자주 쓰는 운영체제의 부팅 속도나 웹 서핑의 웹 페이지 캐시 파일을 불러오는 시간을 줄여 체감 성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구성을 하자마자 바로 빨라지는 것은 아니며, 캐시 최적화를 하는 데 짧으면 한두주, 길면 한두달정도의 시간이 걸리지만, 최소한 20~30%, 많게는 두 배 가까운 성능 향상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메인보드에 mSATA라는 단자가 달려 있다면 이런 식으로 소형 SSD를 캐시 메모리로 쓰라는 뜻이 됩니다.
다만 어느 정도 용량이 커 운영체제와 중요 어플리케이션을 전부 설치할 수 있는 SSD라면 캐시 메모리로 쓰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도 참고하셔야 합니다. 60GB를 넘는 SSD는 SSD에 직접 운영체제와 어플리케이션, 웹 브라우저의 캐시 폴더를 지정하는 것이 SSD 캐시로 쓰는 것보다 훨씬 성능이 좋습니다. 보통 32GB 이하의 SSD를 캐시로 쓰는 것이 보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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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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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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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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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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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 소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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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A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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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A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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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A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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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A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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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모듈당 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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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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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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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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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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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메모리 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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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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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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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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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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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A II 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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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또는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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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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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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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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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A III 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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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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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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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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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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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2.0 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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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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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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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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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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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3.0 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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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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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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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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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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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I-E 16배속 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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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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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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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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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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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클러킹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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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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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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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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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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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SRT(SSD 캐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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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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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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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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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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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SBA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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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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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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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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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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